“아빠, 심심해요.”
토요일 오후, 숙제도 다 끝내고 할 일이 없어진 아이가 찾아왔다. 평소 같으면 “책 읽어”, “그림 그려” 같은 뻔한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GPT랑 놀아볼까?”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우리는 릴레이 소설을 쓰기로 했다. 규칙은 간단했다. 아빠가 첫 문장, 아이가 다음 문장, 그다음이 GPT 차례.
아빠 — 어느 날 아침, 우리 집 강아지가 갑자기 두 발로 서서 넥타이를 매기 시작했다. 아이 — 그리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출근합니다!”라고 말했어요. GPT — 회사에 도착한 강아지는 동료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동물들만 다니는 비밀 회사였습니다.
30분 뒤, 우리는 강아지가 동물 회사의 CEO가 되어 고양이 비서와 함께 ‘인간 놀아주기 사업’을 시작한다는 엉뚱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아이는 깔깔거리며 말했다.
“GPT는 정말 상상력이 풍부하네!”
그날 나는 하나를 알았다. 아이에게 AI를 쓰게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단계를 넘어서면, 다음 질문은 「그래서 뭘 같이 하지」가 된다는 것.
이 글에서 ‘GPT’는 챗GPT를 비롯해 제미나이·클로드 등 대화형 AI를 통칭합니다. 서비스와 지역에 따라 연령 기준이 다릅니다(2026년 8월 기준). 챗GPT는 만 13세 이상이 이용 대상이며 만 18세 미만은 보호자 허락이 필요합니다. 제미나이는 보호자가 패밀리 링크에서 열어 주면 만 13세 미만도 감독 계정으로 쓸 수 있습니다(유럽경제지역·스위스·영국은 감독 계정 이용 불가). 클로드는 만 18세 이상만 쓸 수 있습니다. 정책은 바뀌므로 이용 전 각 서비스의 최신 약관과 보호자 설정을 확인하세요. 이 글의 활동은 아이에게 AI를 혼자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보호자가 옆에서 대화를 함께 보고 이끄는 공동 사용을 전제로 합니다.
한 줄 답: AI로 뭘 시킬지가 아니라 AI와 뭘 같이 만들지를 물으면 놀이가 공부가 됩니다. 답을 대신 받는 순간이 아니라, 그 답을 두고 아이가 다시 생각하는 순간에 능력이 자랍니다. 핵심 장치는 하나예요 — 무엇을 하든 마지막에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를 붙이는 것.
시키는 것과 함께 하는 것은 다르다
먼저 오해 하나를 풀고 싶다.
“AI랑 논다”고 하면 대개 이런 그림을 떠올린다. 아이가 GPT에게 “재밌는 이야기 만들어줘”라고 하고, AI가 완성된 이야기를 뱉고, 아이는 그걸 읽는다. 이건 아이가 구경꾼이 되는 구조다. 재미는 남을 수 있지만, 아이가 직접 고르고 만들어보는 힘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방금 릴레이 소설이 달랐던 건 하나다. 아이가 문장을 이어갔다. AI가 엉뚱한 전개를 던지면 아이가 거기에 반응해서 다음을 만들었다. AI는 완성자가 아니라 한 명의 참가자였다.
이 차이가 전부다. AI에게 시키면 아이는 소비자가 되고, AI와 함께 하면 아이는 감독이 된다. 놀이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가 갈림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 소개하는 건 “AI에게 시키는 법”이 아니라 “AI를 한 명 끼워서 같이 노는 법”이다.
하나 — 릴레이 소설: 가장 쉬운 시작
특별한 준비가 없다. 가족이 모여 앉아 한 문장씩 번갈아 쓰고, AI를 순번에 끼우면 된다.
GPT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부터 릴레이 소설을 쓸 거야. 내가 첫 문장, 그다음은 우리 아이, 그다음이 네 차례야. 재미있고 엉뚱하게 이어줘.”
AI가 좋은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창작이 막힐 때 물꼬를 터준다. 아이가 “다음에 뭐 쓰지…” 하고 멈출 때, AI가 예상 못 한 전개를 던지면 아이는 거기 반응하며 다시 움직인다. 백지 앞에서 얼어붙는 순간이 사라진다.
끝나면 딱 한 가지만 물어보자.
“AI가 만든 부분 중에 제일 웃겼던 게 뭐야? 왜?”
이 질문 하나가 놀이를 공부로 넘긴다. 아이는 이야기를 되돌아보고, 무엇이 재밌었는지 이유를 찾는다. 그게 텍스트를 분석하는 첫 연습이다.
둘 — 왜 다섯 번 묻기: 답 대신 질문을 주기
이건 놀이라기보다 대화법인데, 아이 스스로 생각의 바닥까지 내려가게 하는 방법이다. 토요타 공장에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을 때 “왜?”를 다섯 번 반복하는 데서 왔다.
집에서 실제로 해봤다.
아이 — 아빠, 친구가 나랑 안 놀겠대. 나 — 왜 안 놀겠다고 했을까? 아이 — 내가 어제 화를 냈거든. 나 — 왜 화를 냈어? 아이 — 친구가 내 말을 안 들어줘서. 나 — 그때 왜 친구가 네 말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아이 — 내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하려고 했는데… (잠시 멈추더니) 아, 그런데 친구도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
처음 두 번의 “왜?”에서는 그냥 사실만 나왔다. 그런데 세 번째에서 아이가 멈칫하더니 스스로 친구의 마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내가 “친구 입장도 생각해봐”라고 훈계했다면 절대 안 나왔을 반응이다. 답을 주면 아이는 받기만 하고, 질문을 주면 아이가 만든다. 이게 이 방법의 핵심이다.
다만 “다섯 번”은 목표 숫자가 아니다. 아이가 이미 충분히 생각했다면 두 번에서 멈춰도 된다. 그리고 “왜?”가 반복되면 아이에 따라 질문이 아니라 추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럴 땐 “그때 어떤 마음이었어?”, “다른 이유도 있었을까?”처럼 말을 바꾼다. 중요한 건 정답으로 몰아가는 게 아니라, 첫 대답 뒤에 숨어 있던 생각을 함께 발견하는 일이다.
AI를 여기 끼울 수도 있다. 아이가 낸 결론을 GPT에게 들려주고 “다른 관점은 없을까?”라고 물으면, AI가 또 다른 각도를 던진다. 다만 마지막 판단은 아이가 하도록 둔다.
셋 — AI가 놓친 것 찾기
이건 읽기 능력과 곧장 이어지는 놀이다.
아이가 방금 읽은 책이나 본 영화를 GPT에게 요약시킨다. AI는 대개 완벽하게 정리한다. 주제, 교훈, 결말까지.
그리고 아이에게 묻는다.
“GPT가 놓친 건 뭐였을까?”
내 아이는 언젠가 동화책 요약을 듣고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AI는 ‘우정과 용기’로 정리했는데, 아이는 “그 사슴이 마지막에 ‘내가 널 먼저 떠날게’라고 할 때 너무 슬펐어”라고 했다. AI는 우정을 봤고, 아이는 이별을 봤다.
같은 글을 읽고도 완전히 다른 곳에 닿은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닿은 그곳 —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슬픔, 왜 혼자 남겨지느냐는 물음 — 은 AI가 포착할 수 없는 자리다.
이 놀이가 가르치는 건 하나다. 요약은 정보를 남기고 의미를 지운다. AI가 완벽하게 요약할수록, 사람이 할 일은 요약 밖에 있는 걸 찾는 쪽으로 옮겨간다.
넷 — 틀린 답을 재료로 쓰기
AI는 종종 틀린다. 그럴듯하게 틀려서 더 위험하다.
그런데 이걸 놀이로 뒤집을 수 있다. AI 답이 이상할 때 이렇게 말한다.
“이거 진짜 맞을까? 같이 확인해볼까?”
그리고 아이와 함께 검색하거나 책을 찾아본다. 아이는 이 과정에서 매끄러운 답을 그대로 믿지 않는 연습을 한다. AI를 틀리지 않는 선생님으로 두면 아이는 의존하지만, 함께 사실을 따져볼 상대로 두면 아이는 검증을 배운다.
이건 어른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출처가 있다고 믿어도 되는 건 아니라는 것 — 그걸 어릴 때부터 놀이로 익히는 것이다.
한 가지 안전 수칙만 덧붙이자. 아이의 이름·학교·주소·친구의 실명·사진처럼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AI에 입력하지 않는다. 실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는 이름과 세부를 바꿔 말하는 습관부터 알려주는 게 좋다.
그런데 솔직히, 매번 이러기는 어렵다
여기까지 읽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매번 이렇게 질문을 짜내려면 며칠 못 간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의지 대신 자리를 만드는 게 낫다. 이미 하고 있는 일에 질문 하나를 얹는 것이다.
- 잠자리 인사 뒤에 → “오늘 가장 궁금했던 게 뭐야?”
- 저녁 먹으며 → “학교에서 이런 일 있었어”라고 하면 “그때 네 기분은 어땠어?”
- 뉴스를 보다가 → “이 기자는 왜 이렇게 썼을까?”
정해진 순간에 질문 하나를 놓아두면, 좋은 질문을 매번 새로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습관은 결심이 아니라 자리에서 나온다.
그리고 하나 더. 부모가 먼저 질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떤 방법보다 강하다. 영화를 보며 “내가 감독이라면 어떻게 끝냈을까”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질문하는 사람이 된다.
정답을 아는 아빠에서 함께 궁금해하는 아빠로
솔직히 고백하면, 이런 변화가 나에게 쉽게 온 건 아니다.
내가 뭔가 설명하려 하면 아이는 스마트폰을 꺼낸다. 유튜브를 보여주고, GPT에게 묻고, 검색 결과를 찾아 말한다. 어느새 내가 듣는 쪽이 되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내 권위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꼰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방향을 바꾸고 나서 알았다. 정답을 아는 아빠가 되려니까 무너진 것이었다. AI가 나보다 많이 아는 건 이제 당연하다. 거기서 이기려 들면 진다.
대신 함께 궁금해하는 아빠는 AI가 대체할 수 없다. 릴레이 소설을 같이 깔깔거리며 쓰고, “왜?”를 다섯 번 묻고, “GPT가 놓친 건 뭘까”를 함께 찾는 건 — AI가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오늘 할 수 있는 것
오늘 저녁, 릴레이 소설 한 편만 써보자. 아빠 한 문장, 아이 한 문장, AI 한 문장. 5분이면 된다.
그리고 끝나면 딱 한 가지만 묻자.
“AI가 만든 부분 중에 제일 웃겼던 게 뭐야?”
그 순간이 놀이가 공부로 넘어가는 지점이다. 거창하지 않다. 아이와 함께 웃고, 한 번 더 물어보는 것. AI 시대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대개 그렇게 작다.
이 글은 thinkwith의 자체 조사·집계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아이와 챗GPT로 뭘 하고 놀지 — 공부가 되는 AI 활용법 — thinkwith
자주 묻는 질문
아이에게 AI로 뭘 시켜야 공부가 되나요?
답을 대신 시키는 것 말고, 질문을 함께 만드는 쪽이 공부가 됩니다. 예를 들어 AI에게 답을 받은 뒤 "너는 어떻게 생각해?"를 붙이거나, AI가 만든 이야기에서 "AI가 놓친 건 뭘까?"를 함께 찾는 식입니다. AI가 결과를 내는 순간이 아니라, 그 결과를 두고 아이가 다시 생각하는 순간에 능력이 자랍니다.
릴레이 소설은 어떻게 하나요?
가족이 한 문장씩 번갈아 쓰고 AI를 한 명의 참가자로 끼우면 됩니다. 아빠가 첫 문장, 아이가 다음 문장, 그다음이 AI 차례입니다. AI에게 "재미있고 엉뚱한 이야기로 이어줘"라고 부탁하면 예상 못 한 전개가 나오고, 아이는 거기에 다시 반응하며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창작이 막힐 때 AI가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합니다.
왜 다섯 번 묻기가 뭔가요?
아이의 말에 「왜?」를 반복해서 물어 스스로 더 깊이 들어가게 하는 방법입니다. 처음 한두 번은 사실만 나오지만 세 번째쯤에서 아이가 멈칫하며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핵심은 부모가 답이나 훈계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친구 입장도 생각해봐"라고 말하면 안 나올 대답이, "왜 그랬을까?"를 반복하면 아이 입에서 나옵니다.
AI에게 놀이를 맡기면 아이가 더 의존하지 않을까요?
놀이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가 갈림길입니다. AI가 완성된 이야기를 통째로 만들어주면 아이는 구경꾼이 되지만, 아이가 문장을 이어가고 AI를 한 명의 상대로 부리면 아이가 감독이 됩니다. AI에게 시키는 게 아니라 AI와 함께 짓는 구조로 두면, 오히려 아이가 도구를 다루는 감각을 배웁니다.
부모가 AI를 잘 몰라도 같이 할 수 있나요?
잘 모르는 편이 오히려 낫습니다. "아빠도 잘 몰라, 같이 해보자"가 가장 좋은 출발입니다. 부모가 정답을 아는 사람일 필요는 없고, 함께 궁금해하는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아이가 AI를 어떻게 쓰는지 관찰하고 그 질문 방식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도 대화가 달라집니다.
이런 활동을 매일 해야 효과가 있나요?
매일 많이 하는 것보다 작게 꾸준히가 낫습니다. 잠자리 인사 뒤에 "오늘 가장 궁금했던 게 뭐야?"를 붙이는 식으로, 이미 하고 있는 일에 질문 하나를 얹으면 습관이 됩니다. 의지로 매번 좋은 질문을 짜내려 하면 며칠 못 갑니다. 정해진 자리에 질문을 하나 놓아두는 쪽이 오래갑니다.
AI가 준 답이 틀리면 어떻게 하나요?
틀린 답이 오히려 좋은 재료입니다. "이거 진짜 맞을까? 같이 확인해볼까?"라고 하면 아이는 정보를 검증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AI를 틀리지 않는 선생님이 아니라 함께 사실을 따져볼 상대로 두면, 아이가 매끄러운 답을 그대로 믿지 않는 습관을 기릅니다.
오늘 당장 무엇부터 하면 되나요?
오늘 저녁에 릴레이 소설 한 편만 써보세요. 아빠가 한 문장, 아이가 한 문장, AI가 한 문장. 5분이면 됩니다. 그리고 끝나면 "AI가 만든 부분 중에 제일 웃겼던 게 뭐야?"만 물어보세요. 그게 놀이가 공부로 넘어가는 첫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