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수행평가 과제를 들고 왔다. 옆에 노트북이 열려 있다. 부모의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대개 하나다. 저걸 써도 되는 걸까.
이 질문의 답은 이제 가정의 판단이 아니라 학교 문서에 적혀 있다. 그런데 답이 “예”나 “아니오” 하나로 떨어지지 않는다. 평가마다 다르게 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줄 답: AI가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수행평가마다 교사가 AI 활용 가능 여부와 금지되는 행위를 정하고, 허용된 범위에서 AI를 활용했다면 사용한 AI 종류·입력한 질문(프롬프트)·결과물에 반영한 방식과 부분·출처를 결과물에 적도록 안내합니다. 사용 기록 없이 AI 생성물을 그대로 제출하면 해당 내용이 채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운영 예시도 있습니다.
천천히 보자.
교육부 발표는 2025년 12월 23일 — 핵심은 ‘금지’가 아니라 ‘범위’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공동으로 발표한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AI) 활용 관리 방안」이다. 보도자료에 적힌 방향이 분명하다 — “인공지능(AI) 활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안전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하도록”.
다섯 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 영역 | 내용 |
|---|---|
| ① | AI 활용 범위 설정 |
| ② | AI 활용 과정 표기 지도 |
| ③ | 학생 유의사항 안내 및 사전교육 |
| ④ | 평가 설계 방향 |
| ⑤ | 개인정보보호 |
출처: 교육부 보도자료 「교육부와 교육청이 함께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AI) 활용 관리 방안’을 마련하였습니다」(2025년 12월 23일). 원문 링크
여기서 ①과 ②가 나란히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먼저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 범위를 정하고, 그 다음 쓴 것을 적게 한다. 그리고 교육부는 교사가 “과목별 평가 요소와 채점 기준 등을 고려하여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그래서 “금지가 아니라 표기”라고 한 줄로 줄이면 절반이 빠진다. 범위를 정한다는 말에는 허용하는 범위만이 아니라 금지하는 행위를 정한다는 뜻도 들어 있다. 어떤 평가에서는 AI 사용 자체가 막힐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 자료에는 ‘무엇이 금지인지’가 예시까지 있다
방침은 보도자료에 있고, 학교가 실제로 쓰는 문장은 교육청 자료에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배포한 108쪽짜리 「2026학년도 중등 학생평가 및 학업성적관리 이해하기」를 열면 표로 정리돼 있다.
AI 활용 범위 설정
∙ 수행평가 중 AI 활용 가능 여부를 명확히 구분하고, AI의 활용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AI 활용 범위에 대한 구체적 기준 마련 - 교과(목)별 성취기준, 평가 목표, 과제 유형, 평가 요소, 채점 기준 등을 고려하여 AI 활용이 금지되는 행위 설정 * <예시> AI가 생성한 글, 이미지 등을 자신의 창작물로 제출하는 행위, AI 문제풀이 앱 등을 활용하여 수행평가 문항을 입력하고 생성된 답안을 그대로 제출하는 행위 등
AI 활용 과정 표기 지도
∙ 학생이 자료 탐색 등을 위해 AI를 활용한 경우, 수행평가 결과물에 AI 활용 범위와 내용, 출처를 표기하도록 안내 - 사용한 AI 종류, 입력한 질문(프롬프트), 결과물에 반영한 방식*, 부분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필요시 제출 내용에 대한 구술 설명 요구 * <예시> 직접 활용, 요약, 수정, 참고 등
출처: 경기도교육청 「2026학년도 중등 학생평가 및 학업성적관리 이해하기」(2026년 2월), Ⅴ. 수행평가 운영 — 2. 수행평가 시, AI 활용 관리 방안. 원문 PDF
“썼다고 한 줄 적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AI를 썼는지, 무엇을 물었는지(프롬프트), 그 답을 결과물의 어느 부분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했는지까지가 표기 항목이다. 그리고 교사는 그것에 대해 말로 설명해 보라고 요구할 수 있다.
안 적으면 어떻게 되나 — ‘채점에서 제외’
이 부분이 학부모·학생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인데, 같은 자료에 학생 유의사항 안내 예시로 적혀 있다.
∙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AI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할 수 있으나, AI를 활용하여 △△하는 행위는 금지되며 적발 시 부정행위로 간주함 (△△는 과목별 평가 내용을 고려해 작성) ∙ AI 활용 시에는 사용 기록(사용한 AI 종류, 질문 내용, 출처 표기 등)을 표기해야 함 ∙ AI 생성물을 사용 기록 없이 그대로 제출하거나, 결과물의 내용을 묻는 교사의 질의에 적절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 해당 내용은 채점에서 제외될 수 있음
두 갈래라는 점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과목별로 정해 둔 금지 행위를 어기면 부정행위로 다뤄지고, 표기 없이 AI 생성물을 그대로 내면 그 내용이 채점에서 빠질 수 있다. 뒤쪽은 징계라기보다 점수가 계산되지 않는 쪽에 가깝다.
여기에 “결과물의 내용을 묻는 교사의 질의에 적절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붙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판정의 도구가 탐지기가 아니라 질문이다. 같은 자료의 기본 원칙에도 “직접 학생의 활동을 관찰할 수 있는 평가를 통해 학생의 독자적 사고에 따른 결과물을 평가에 반영한다”고 적혀 있다.
참고: AI 탐지기로 가려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 아이가 수행평가를 AI로 썼다면 — 잡아내는 문제가 아닙니다
시행지침도 바뀌었다 — 다만 ‘40%·35%’는 수행평가가 아니다
보도자료는 “이렇게 하겠다”는 문서다. 학교에서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시행지침이 바뀌어야 알 수 있다. 2026년 2월, 바뀌었다.
경기도교육청은 「2026 중·고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을 개정하면서 AI 활용 범위, 활용 과정의 표기 지도, 유의사항 안내와 사전교육 실시, 학생 개인정보 입력 및 취급 주의를 구체적으로 안내하도록 했다. 함께 바뀐 것이 둘 더 있다.
- 수행평가와 논술형평가의 반영비율을 중·고 모두 30% 이상으로 조정
- “지필평가” 용어를 “정기시험”으로 변경해 수행평가와 위계를 맞춤
출처: 경기도교육청 보도자료(2026년 2월). 원문 링크
여기서 흔히 잘못 인용되는 숫자가 하나 있다. “중학교 40%, 고등학교 35%”는 수행평가 비율이 아니라 논술형평가의 종전 비율이다. 그 논술형평가 비율이 중·고 모두 30%로 바뀐 것이다. “수행평가가 40%에서 30%로 줄었다”는 문장은 원문에 없다.
세종시교육청도 2026년 2월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을 개정해 AI 활용 여부와 유의사항 사전 안내, 직접 관찰 가능한 평가 설계, AI 활용 수준에 따른 평가 기준, 서·논술형 기준 구체화, 표절 예방 교육을 담았다고 밝혔다. 2026학년도부터 적용한다.
출처: 뉴스핌(2026년 2월 24일) 보도. 기사 링크 — 이 건은 교육청 원문이 아니라 언론 보도로 확인한 것이라, 위 교육부·경기도교육청 항목보다 근거가 한 단계 약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여기서 읽어야 할 건 하나다. AI 표기가 훈화나 권고가 아니라,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이라는 문서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 성적 산출의 규칙을 적어두는 바로 그 문서다.
확인하지 못한 것
정직하게 적어둔다.
첫째, 전국 공통의 단일 제재 규정은 확인하지 못했다. 위에 인용한 ‘채점에서 제외’·‘부정행위로 간주’는 경기도교육청 자료에 제시된 운영 예시이고, 실제 문구는 과목별로 교사가 채우게 되어 있다. 다른 시·도가 같은 문장을 쓰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둘째, 전국 공통의 고정된 표기 서식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기 자료가 표기 ‘항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뿐, 몇 글자로 어디에 적는지까지 정한 서식은 찾지 못했다.
셋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2026년 2월 중 안내하겠다고 예고한 수업·평가 AI 활용 가이드라인이 예고대로 발표됐는지 원문을 확인하지 못했다.
넷째,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몇 곳이 개정을 마쳤는지 전수 현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 글에서 확인한 곳은 경기와 세종 두 곳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단순하다
첫째, 범위부터 묻게 하자. 첫 번째 영역이 ‘AI 활용 범위 설정’이고, 범위는 과목과 과제마다 다르게 정해진다. “AI 써도 돼?”는 집에서 답할 질문이 아니라 과제를 낸 선생님께 물을 질문이다. 물어야 할 것도 두 개다 — 어디까지 허용인지, 그리고 무엇이 금지인지.
둘째, 프롬프트를 그때그때 남기게 하자. 표기 항목에 ‘입력한 질문’이 들어 있다. 다 쓰고 나서 기억을 더듬어 복원하기 가장 어려운 게 이것이다. 쓰는 동안 물어본 문장을 그대로 복사해 두면 끝날 일이다.
셋째, 설명할 수 있는 상태로 내게 하자. 자료에는 교사가 결과물 내용을 물었을 때 적절히 답하지 못하면 채점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제출 전에 집에서 한 번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확인이 된다 — “이 문단, 네 말로 설명해 볼래?”
넷째, 개인정보를 먼저 점검하자. 다섯 번째 영역이 개인정보보호이고, 경기도교육청도 ‘학생 개인정보 입력 및 취급 주의’를 지침에 넣었다. 실제 예시 자료에는 “AI 입력창에 본인이나 타인의 학번, 이름, 학교명 등 개인정보를 입력해서는 안 됨”이라고 적혀 있다.
규칙이 바뀐 게 아니라, 규칙이 생긴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수행평가와 AI 사이에는 명문화된 규칙이 거의 없었다. 각자의 양심과 각 교실의 분위기가 기준이었다. 그래서 성실한 아이가 더 불안해했다.
이번에 달라진 건 허용 범위와 표기라는 공통의 기준이 지침 문서 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해줄 말도 여기서 나온다. 허용된 AI를 쓴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금지된 방식으로 쓰거나, 쓴 사실과 과정을 숨기는 것이 문제다. 어른들이 만든 규칙이 이번에 향한 지점이 정확히 거기다.
그리고 그 규칙은, 생각해보면 우리가 아이에게 늘 하려던 말과 같다. 도움을 받았으면 어디서 어떻게 받았는지 밝히는 것. 그게 이번 학기에 지침으로 적혔을 뿐이다.
이 글은 thinkwith의 자체 조사·집계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수행평가에 ChatGPT 써도 될까? — 2026 AI 활용 범위·프롬프트·출처 표기 기준 — thinkwith
자주 묻는 질문
수행평가에 ChatGPT 같은 AI를 써도 되나요?
평가마다 다릅니다. 전면 금지는 아니에요.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공동으로 2025년 12월 23일 발표한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AI) 활용 관리 방안」은 "AI 활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안전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방향입니다. 대신 교사가 과목별 성취기준·평가 목표·과제 유형·채점 기준을 고려해 <b>AI 활용 가능 여부와 금지되는 행위를 평가마다 정하도록</b> 합니다. 경기도교육청 자료가 든 금지 행위 예시는 "AI가 생성한 글, 이미지 등을 자신의 창작물로 제출하는 행위", "AI 문제풀이 앱 등을 활용하여 수행평가 문항을 입력하고 생성된 답안을 그대로 제출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니 첫 질문은 "써도 되나요"가 아니라 <b>"이 평가에서 AI는 어디까지 허용되나요"</b>가 되어야 합니다.
AI를 썼다면 무엇을 적어야 하나요?
경기도교육청 「2026학년도 중등 학생평가 및 학업성적관리 이해하기」는 표기 항목을 구체적으로 안내합니다. 학생이 자료 탐색 등을 위해 AI를 활용한 경우 수행평가 결과물에 <b>AI 활용 범위와 내용, 출처</b>를 표기하도록 하고, 세부적으로 <b>①사용한 AI 종류 ②입력한 질문(프롬프트) ③결과물에 반영한 방식 ④반영한 부분</b>을 기재하게 합니다. 반영 방식의 예시로는 "직접 활용, 요약, 수정, 참고"가 제시돼 있어요. 여기에 <b>필요시 제출 내용에 대한 구술 설명을 요구</b>할 수 있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다만 전국 공통의 고정된 서식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실제 제출 형식은 과목별 평가 안내를 따라야 합니다.
AI를 쓰고 적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전국에 통일된 단일 제재 규정은 이번에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경기도교육청 2026 학생평가 자료에는 학생 유의사항 안내 예시로 두 가지가 제시돼 있어요. 하나는 "AI를 활용하여 △△하는 행위는 금지되며 <b>적발 시 부정행위로 간주함</b>"(△△는 과목별 평가 내용을 고려해 교사가 채움)이고, 다른 하나는 "<b>AI 생성물을 사용 기록 없이 그대로 제출하거나, 결과물의 내용을 묻는 교사의 질의에 적절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 해당 내용은 채점에서 제외될 수 있음</b>"입니다. 즉 표기 누락은 그 자체로 벌점이 되기보다, <b>해당 부분이 성적 산출에서 빠지는</b> 방식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 어디에 적용되나요?
교육부는 이 방안을 2026학년도 시·도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 개정을 통해 신학기 전에 관할 학교에 안내한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2026년 2월 「2026 중·고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을 개정하며 AI 활용 범위와 과정 표기, 유의사항 안내와 사전교육, 학생 개인정보 취급 주의를 지침에 담았고, 108쪽짜리 안내자료 「2026학년도 중등 학생평가 및 학업성적관리 이해하기」로 세부 운영 기준을 배포했습니다. 세종시교육청도 2026년 2월 시행지침을 개정해 2026학년도부터 적용한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다만 17개 시·도 전체의 개정 현황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평가 비율도 바꿨다던데, 수행평가가 30%로 줄어든 건가요?
수행평가와 논술형평가의 반영비율 기준을 <b>중·고 모두 30% 이상</b>으로 조정한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어요. 흔히 인용되는 <b>"중학교 40%, 고등학교 35%"는 수행평가가 아니라 논술형평가의 종전 비율</b>입니다. 그 논술형평가 비율이 중·고 모두 30%로 바뀌었습니다. 함께 "지필평가"라는 용어도 "정기시험"으로 바뀌어 수행평가와 위계를 맞췄습니다.
집에서 AI를 아예 못 쓰게 하는 게 안전하지 않나요?
학교가 잡은 방향과 어긋납니다. 교육부 방안은 금지가 아니라 <b>범위 설정과 표기</b>를 택했고, 경기도교육청 자료의 기본 원칙에도 "AI는 맞춤형 피드백 제공 등을 위해 수업·평가에서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나, 평가의 공정성·신뢰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한다"고 적혀 있어요.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사용을 금지하면 사용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b>보고가 사라집니다.</b> 부모가 금지한 도구를 쓴 아이는 그 사실을 숨기게 되고, 그러면 정작 봐야 할 순간 — 무엇을 어떻게 물어보고 있는지 — 을 볼 수 없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