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AI로 그린 그림을 자기 것이라고 할 때"무조건 쓰면 안 돼"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

시리즈: AI와 아이


아이가 태블릿을 들고 옵니다. 그림이 한 장 떠 있습니다. 색도 구도도 좋습니다.

“이거 대회에 내도 돼요?”

부모가 잠깐 멈추는 지점은 대개 여기입니다. “그거 네가 그린 거야?” 라고 물어야 할 것 같은데, 그 질문이 아이를 몰아세우는 것처럼 들릴까 봐 망설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정말 어려운 것은 그 질문이 아닙니다. 어른도 정답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규칙이 서로 반대입니다

지금 열리는 학생 대상 공모전들을 나란히 놓아 보면, 규칙이 한 방향이 아닙니다.

2026년 제1회 국군사랑 전국 초·중·고등학생 글짓기 공모전은 AI 작품과 표절 작품을 수상 취소 사유로 명시했습니다. 반면 국가기록원의 제19회 기록사랑 공모전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AI 도구 활용을 허용하되, 생성형 AI를 썼다면 사용 도구 명칭을 제출 양식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했습니다(검증 단계에서 생성형 AI 표절 탐지 서비스도 쓸 예정이라고 밝혔고요).

앞의 대회에서 AI를 쓰면 실격이고, 뒤의 대회에서는 쓰되 밝히면 됩니다. 그리고 9세부터 18세를 대상으로 AI로 만든 콘텐츠를 받는 공모전도 따로 열렸습니다 — 거기서는 AI가 참가 조건이고요.

그러니 “AI로 만든 작품을 내도 되나요”라는 질문에는 답이 없습니다. 답이 있는 질문은 하나뿐입니다 — “이 대회는 어느 쪽인가.”

어른들이 이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주는 상황에서, 아이가 헷갈리는 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닙니다.

학교도 금지 쪽으로만 가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어떨까요.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AI) 활용 관리 방안」을 안내하면서,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안전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전면 금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지침에는 AI를 썼다면 그 활용 과정과 출처를 표시하도록 지도하는 항목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뒤에서 말씀드릴 “어디까지 AI가 했는지 밝히기”가 개인 의견이 아니라 정책 방향과 같은 쪽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이것을 “그럼 써도 되네”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실제 적용은 학교와 교과와 과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고, 그 과제의 규칙은 담당 선생님이 정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에게 확인시켜야 할 것은 뉴스에 나온 큰 방침이 아니라 그 과제의 안내문입니다.

AI 부문이라고 심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 가지 오해를 짚고 갑니다. AI 활용을 허용하는 대회라고 해서 AI에게 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AI 활용 부문 안내에는 이런 문장이 자주 붙습니다 — 단순히 AI가 생성한 결과물만 제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참가자의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보완 작업이 작품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AI 부문에서는 심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심사 대상이 옮겨 갑니다. 결과물에서 과정 쪽으로요.

  • 무엇을 시켰는가
  • 나온 것들 중에서 무엇을 골랐는가
  • 어디를 고쳤는가

이 셋은 AI가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아이가 이 구조를 이해하면, “AI가 다 해줬다”와 “AI를 써서 내가 만들었다”의 차이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가르칠 것은 금지가 아니라 문장 하나입니다

규칙이 서로 반대인 상황에서 “AI 쓰지 마”라고 가르치면, 아이는 AI를 쓰는 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됩니다. 반대로 “요즘 다 쓰던데”라고 하면, 금지한 대회에서 실격을 당합니다.

양쪽 모두에서 통하는 것은 규칙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문장 하나를 연습시키면 됩니다.

“이 부분은 AI로 만들었고, 이 부분은 제가 했습니다.”

이 문장을 쓸 수 있으면 어느 쪽 규정이든 대응이 됩니다. 금지한 대회라면 애초에 내지 않게 되고, 허용한 대회라면 그대로 적으면 되니까요.

중요한 것은 반대 경우입니다. 이 문장을 쓸 수 없다면, 그건 아이가 규칙을 어겨서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자기 것인지 본인도 모르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때가 짚어야 할 시점입니다.

밝히지 않았을 때 진짜 일어나는 일

밝히지 않고 냈다고 해 봅시다. 규정이 금지한 곳이었다면 규정 위반이고, 취소 사유로 명시한 곳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명확합니다.

그런데 규정이 허용한 곳이었다면 위반은 아닙니다. 그래도 남는 것이 있습니다.

밝히지 않은 채로 칭찬을 받으면, 그 칭찬이 누구 것인지 아이 자신도 헷갈리게 됩니다.

처벌이 문제가 아니라 이 칭찬이 내가 한 일에 대한 것인지, AI가 만든 결과에 대한 것인지가 모호해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사안을 규정 위반으로만 다루면 놓치는 부분이 생깁니다.

다만 아이가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지를 저희가 조사한 것은 아닙니다. 참고할 만한 국내 연구가 하나 있어 소개합니다.

2025년 『어린이미디어연구』에 실린 김혜영·윤혜주·김윤희의 연구는 4~5세 유아 29명에게 AI가 만든 미술 작품을 보여주었습니다. 한 집단(15명)에는 AI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고, 다른 집단(14명)에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처음 평가에서는 두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는데, 나중에 두 번째 집단에게 AI가 만든 것이라고 알려 주고 다시 평가하게 하자 호감·감정이입·작품 의도·작품 가치 네 영역 모두에서 점수가 낮아졌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아이들이 작품의 가치를 판단할 때 만든 이의 노력을 고려하는 경향(노력 휴리스틱)으로 해석했습니다.

표본이 29명으로 작아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는 아이가 감상자일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본 것이지, 아이가 스스로 AI로 만든 것을 자기 것이라 말할 때 어떤 마음이 되는지를 조사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시사합니다. 어린아이도 결과물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평가에 들어옵니다. 밝히는 습관이 지키는 것이 대회의 공정성만은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아는 감각 쪽이고, 그건 열 살에도 마흔 살에도 필요합니다.

저작권은 어떻게 되나 — 여기서는 답하지 않습니다

“AI로 만든 그림은 누구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이 글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습니다. 정리되는 중인 영역이고, 저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국내 자료는 주로 다른 쪽 문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작권 관련 안내는 에듀테크 기업이 여러 출판사의 유료 교과서를 대량으로 AI에 학습시켜 경쟁 교과서나 문제집을 만드는 상업적 사례를 공정이용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로 설명합니다. 이것은 AI가 만든 결과물이 누구 것인가가 아니라, AI에 무엇을 넣었는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조건을 빼고 읽으면 곤란합니다. 위 사례의 핵심은 대량·상업적 이용·경쟁 제품 제작이 겹친 상황이지, 아이가 교과서 한 쪽을 AI에 넣어 물어보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교육기관을 위한 생성형 AI 저작권 가이드라인도 발간돼 있으니, 학교 과제와 관련해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면 그 자료와 학교 안내를 함께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부모가 물어야 할 세 가지

“네가 그린 거 맞아?”보다 나은 질문이 있습니다. 셋 다 아이를 몰아세우지 않으면서 필요한 것을 확인합니다.

  1. “이 대회 규정에 AI 얘기가 있어? 같이 찾아볼까.” — 아이에게 확인하는 절차 자체를 가르칩니다.
  2. “어디를 AI가 하고 어디를 네가 했어?” — 추궁이 아니라 구분을 묻는 질문입니다.
  3. “그걸 심사위원한테 설명한다면 뭐라고 할래?” — 밝히는 문장을 미리 만들어 보게 합니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다만 오해하지 마세요 — 설명을 잘한다고 규정이 충족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부 AI가 만들었고 저는 명령어만 썼어요”라고 아주 정확히 설명해도, AI를 금지한 대회라면 그건 실격입니다. 설명 능력은 정직성의 지표이지 규정 충족의 지표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하는 게 맞습니다. 설명할 수 있으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지고, 설명하지 못한다면 규정과 별개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I로 무언가를 만들어 본 아이들은 대체로 첫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그림이 안 나와서 열 번, 스무 번 다시 시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가 무엇을 원했는지를 점점 더 정확한 말로 바꾸게 됩니다.

그것 자체가 꽤 어려운 언어 작업입니다.

그러니 “AI를 쓰면 실력이 안 는다”는 걱정보다 이걸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 아이가 첫 결과물을 그냥 제출하는지, 아니면 고쳐 가는지.

전자라면 AI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아직 자기 기준을 못 세운 것이고, 후자라면 적어도 결과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자기 기준을 가지고 AI와 작업하고 있는 중이죠. 그리고 후자의 아이는 대개 묻지 않아도 먼저 말합니다. “이건 AI가 그린 건데요, 제가 여기를 고쳤어요.”

그 말이 나오면, 이미 다 가르치신 겁니다.

이 글은 thinkwith의 자체 조사·집계로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아이가 AI로 그린 그림을 자기 것이라고 할 때 — "무조건 쓰면 안 돼"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 — thinkwith

자주 묻는 질문

아이가 AI로 만든 작품을 대회에 내도 되나요?

대회마다 다릅니다. 이것이 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2026년 제1회 국군사랑 전국 초·중·고등학생 글짓기 공모전은 AI 작품과 표절 작품을 수상 취소 사유로 명시했습니다. 반면 국가기록원의 제19회 기록사랑 공모전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AI 도구 활용을 허용하되, 생성형 AI를 썼다면 사용 도구 명칭을 제출 양식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했습니다. 또 9세부터 18세를 대상으로 AI로 만든 콘텐츠를 받는 공모전도 따로 열렸고요. 첫 번째 대회에서는 AI를 쓰면 실격, 두 번째에서는 쓰되 밝히면 되고, 세 번째에서는 AI가 참가 조건입니다. 그러니 "AI로 만든 작품을 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이 없고, "이 대회는 어느 쪽인가"라는 질문에만 답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도 그 확인 습관입니다.

AI 활용 부문이라면 그냥 AI에게 시키면 되나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AI 활용을 허용하는 공모전에서도 단순히 AI가 생성한 결과물만 제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참가자의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보완 작업이 작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안내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즉 AI 부문이라고 해서 심사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심사 대상이 결과물에서 과정 쪽으로 옮겨 갑니다. 무엇을 시켰는지, 나온 것에서 무엇을 골랐는지, 어디를 고쳤는지가 그 사람의 몫이 됩니다. 아이가 이 구조를 이해하면 "AI가 다 해줬다"와 "AI를 써서 내가 만들었다"의 차이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학교 수행평가에서는 AI를 쓰면 안 되나요?

교육부는 수행평가에서 AI 활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안전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둔 관리 방안을 시도교육청에 안내했습니다. 즉 국가 차원의 전면 금지는 아니고, 지침에는 AI를 썼다면 활용 과정과 출처를 표시하도록 지도하는 항목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적용은 학교와 교과와 과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고, 담당 선생님이 정한 기준이 그 과제의 규칙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아이에게 확인시켜야 할 것은 뉴스에 나온 큰 방침이 아니라 그 과제의 안내문입니다.

아이가 AI로 만들었다는 걸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두 가지가 갈립니다. 규정이 AI를 금지한 대회라면 그것은 규정 위반이고, 수상 취소 사유로 명시한 곳도 있습니다. 규정이 AI를 허용한 곳이라면 위반은 아니지만, 다른 문제가 남습니다. 밝히지 않은 채로 칭찬을 받으면 다른 종류의 불편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칭찬이 내가 한 일에 대한 것인지, AI가 만든 결과에 대한 것인지가 모호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이들이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지를 저희가 조사한 것은 아니고, 본문에 소개한 유아 대상 연구도 아이가 감상자일 때를 본 것이라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 사안을 규정 위반으로만 다루면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아이에게 뭐라고 가르쳐야 하나요?

금지 대신 문장 하나를 연습시키는 편이 실용적입니다. "이 부분은 AI로 만들었고, 이 부분은 내가 했습니다." 이 한 문장을 쓸 수 있으면 규정이 금지든 허용이든 대응이 됩니다. 금지된 곳에서는 애초에 내지 않게 되고, 허용된 곳에서는 그대로 적으면 되니까요. 반대로 이 문장을 쓸 수 없는 상태가 위험 신호입니다. 어디까지가 자기 것인지 본인도 모른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AI로 만든 그림은 누구 것인가요?

이 질문에는 이 글이 답하지 않습니다. AI 생성물의 저작권 귀속은 지금도 정리되는 중인 영역이고, 저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국내 자료는 주로 다른 쪽 문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작권 관련 안내는 에듀테크 기업이 여러 출판사의 유료 교과서를 대량으로 AI에 학습시켜 경쟁 교과서나 문제집을 만드는 상업적 사례를 공정이용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로 설명합니다. 대량·상업적 이용·경쟁 제품 제작이 겹친 상황이라는 조건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AI가 만든 결과물이 누구 것인가가 아니라 AI에 무엇을 넣었는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교육기관을 위한 생성형 AI 저작권 가이드라인도 발간돼 있으니, 학교 과제와 관련해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면 그 자료와 학교의 안내를 함께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아이가 AI를 쓰면 창작 능력이 안 자라지 않을까요?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연구를 검토하지 않았으므로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관찰 하나는 나눌 수 있습니다. AI로 무언가를 만들어 본 아이들은 대체로 첫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아서 열 번, 스무 번 다시 시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가 무엇을 원했는지를 점점 더 정확한 말로 바꾸게 됩니다. 그것 자체는 꽤 어려운 언어 작업입니다. 그러니 "AI를 쓰면 실력이 안 는다"는 걱정보다, 아이가 첫 결과물을 그냥 제출하는지 아니면 고쳐 가는지를 보는 편이 더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부모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 대회나 과제의 규정은 어느 쪽인가. 안내문에 AI에 관한 문장이 있는지 아이와 같이 찾아보세요. 둘째, 아이가 AI에게 무엇을 시켰고 어디를 직접 했는가. 셋째, 그것을 아이가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가.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한 가지는 구분해 주세요. 설명을 잘한다고 규정이 충족되는 것은 아닙니다. AI를 금지한 대회라면 아무리 정확히 설명해도 실격이니까요. 설명 능력은 정직성의 지표이지 규정 충족의 지표가 아닙니다. 설명할 수 있으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지고, 설명하지 못한다면 규정과 별개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